-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펀드레이저 이민구 -

 

  한을 대표하는 발효식품을 손꼽으라면 된장, 고추장, 간장, 젓갈, 김치 등을 이야기 할 수 있다. 뜬금없이 발효식품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거액기부가 한국의 발효식품과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거액 기부는 전통발효식품과 같이 많은 시간과 재능, 노력을 투자하지 않고는 얻을 수 없으며 면밀한 계획에 의해 이루어진다. 또한 외부적 환경요인(햇빛, 바람, 습도 등)도 매우 중요하다.  필자는 ‘아너소사이어티‘라는 개인고액기부자모임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동안 거액기부자는 그들만의 식탁을 추구한다는 점을 배울 수 있었다. 여기 최고의 펀드레이저가 되고픈 당신을 위해 ’거액기부자의 맛있는 식탁‘을 위한 펀드레이징 레시피 5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레시피. "요리사여, 메뉴판을 준비하라"

  한국의 거액기부자들은 평생 모아온 거액의 재산을 기부하면서도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데 너무도 겸손(또는 서툰)하다. 하지만 펀드레이저는 기부자의 ‘겸손한 침묵’과 단편적'요구(position)'의 진정한 속내를 찾아내야할 의무가 있다. 이때 유용한 방법이 단체의 명분과 프로그램을 정리해 놓은 메뉴판을 제공하는것이다. 단체의 메뉴판을 통해 기부자의 '욕구(interest)'를 찾아내는 준비된 자세가 필요하다.

 

두 번째 레시피. "음식을 담는 그릇의 재질과 모양도 맛의 일부다"

   장맛도 그러하고 와인도 그러하다. 숙성될수록 무언가 오묘하게 변해간다. 자그마한 환경적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며 담는 옹기와 오크통(와인을 숙성시키는 통)만 바뀌어도 맛이 쉽게 변한다. 각양각색 기부자의 생각과 욕구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맞춤형으로 예우(그릇)를 제공하는 요리사의 센스는 준비와 노력으로도 완성될 수 있다.

 

세 번째 레시피. "주변인의 입맛까지 고려하라"

   거액기부자의 프로파일링을 한다해도 아주 세세한 취향까지 알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00 대기업의 회장님이 매일 아침 드시는 차가 무엇인지 요리사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회장의 비서는 알고 있다. 어떤 차를 드려야 하는지, 얼마나 우려내야하는지 말이다. 비서와 관계형성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그러한 사실들에 대해 알게 된다. 그래서 거액기부자의 핵심인물과의 관계형성이 중요하다. 핵심플레이어(거액기부자의 기부에 영향력을 주는 인물)의 입맛을 고려해야한다는 점이 바로 이것이다. 언젠가 우리의 식탁에 초대받은 손님에게 어떤 디저트를 제공해야 하는지 훤하게 알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위대한 요리사임이 분명하다.

 

네 번째 레시피. "맛은 요리사가 아니라 손님이 결정 한다"

   기부자와의 관계형성에 있어 종종 우를 범하는 경우가 바로 ‘열정’일수 있다는 사실을 필자는 깨달았다. 열정과 성실은 펀드레이저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다. 자신의 조직이 무작정 좋다거나, 펀드레이징의 열정에 사로잡힌 나머지 미션과 비전만 설명을 하고 미팅을 끝내는 경우가 분명있다. 거액 기부는 기부자 스스로가 기부금액과 기부시점, 기부방법, 기부예우를 선택하고 판단한다. 다만, 그것을 잘 준비시켜드리는 것이 펀드레이저의 역할이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기부자가 스스로 심사숙고할 기간(맛을 음미할 시간)을 줘야한다. 내가 아무리 맛있다고 우겨봐야 소용없다. 맛은 손님이 결정한다. 우리는 최고의 재료로 정성스러운 요리를 만들고 기다리면 된다.

 

 

다섯 번째 레시피. "김치를 金치로 만드는 비법"

  거액기부자에게 기부금의 사용보고는 매우 중요하다. 사용보고는 간단명료해야 한다. 거액기부자는 바쁜 사람들이다. 사용보고는 팩트를 가지고 명확하게 보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거액기부자들은 이성적이며 꼼꼼하게 단체를 선정하지만 이미 지원한 기부금에 대해서는 단체와 펀드레이저를 믿고 맡기는 성향을 보인다.

 

   나눔과 변화의 모습을 스토리텔링 할 수 있는 이야기꾼의 능력이 펀드레이저에게는 필요하다.  최근에는 기부금을 요청받고 5천만원이라는 고액을 재기부하였다. 얼마 전 식사자리에서 그 거액기부자 CEO는 이런 명언을 남겼는데 가슴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 기부를 했더니 이렇게 '김치'를 보내온 곳이 있었네. 여러 곳에 기부를 했는데 이렇게 감사하다고 마음을 전해온 곳은 여기뿐이야. 그래서 그곳에 다시 기부를 하려고. 난 5천만원 짜리 김치를 먹은게지. 허허 " 어떤 화려한 보고도 필요가 없었다. 남도에서 올라온 갓김치는 거액기부자의 식탁위에 올라왔을 테고 부인과 마주앉아 하얀 쌀밥에 김치를 올려놓으며 맛있는 식사를 했을 테다. 고향이 남도였던 기부자는 고향의 맛에 기분이 좋아졌을 것이 분명하고 부인(거액기부를 결정하는 상담 파트너)과 함께 기부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꺼냈을 것이며 asking이 왔을 때에 선뜻 기부를 결정하였을 것이다.  밥을 먹듯 자연스럽게 기부를 이끌어낸 최고의 결과보고가 아닐 수 없다.  김치를 5천만원짜리 金치로 만들어내는 능력은 최고급 요리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식탁위의 손님을 생각하는 요리사의 진심어린 마음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그렇다. '진심'은 '모금'의 또 다른 이름이다.

 

 

 

자! 이제, 거액기부자의 식탁위에 김치를 올릴 것인지, 金치를 올릴 것인지는 요리를 만드는 당신의 몫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당신은 이미 헌신과 열정만으로도 한국의 기부문화를 만들어가는 최고의 요리사임을 잊지 말고 거액기부자의 식탁위에 멋진 요리를 선사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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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서울특별시장애인복지시설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