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금업무 담당자와 모금가의 차이

 

 

김현수

대한민국 1호 CFRE(Certified Fundraising Executive, 국제공인모금전문가)

KAIST 발전재단 모금기획 담당

 

 

국내 비영리단체에서 모금을 하고 있는 이들은 두 부류로 나눠진다.

 

 

모금업무 담당자와 모금가가 그 것이다.

이는 국제구호, 문화예술, 사회복지, 대학, 병원 등 분야에 상관없이 공통적이다.

같은 일을 하는 듯 한데, 모금업무 담당자와 모금가의 차이는 무엇일까?

 

간단히 구분하면 모금업무 담당자는 언제든지 다른 업무를 하기 위해 떠날 사람이고

(그렇기 때문에 모금 담당자가 모금 업무를 열심히 안한다는 것은 아니다.),

모금가는 지금 몸 담고 있는 단체를 떠나더라도 모금을 계속 할 사람이다.

모금가는 단체의 업무 중 일부의 기능을 담당하는 것을 넘어서서 모금이라는 업무의 특성을 이해하고,

지식과 경험이 있으며 모금의 미션을 이해하고 추구하는 열정과 헌신이 있는 사람이다.

모금가라면 당연히 모금업무를 담당하겠지만

모금업무 담당자가 모금가는 아닌 것이 우리의 상황이다.

모금업무 담당자가 모금가가 아닌 현상이 왜 일어나고 있는 걸까?

 

첫 번째 이유는,

대부분의 비영리 단체 모금담당자들이 부서 순환 근무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는 직원 채용과정과 직무배치 과정에서 출발한다.

공채를 통해 입사한 후,

여러부서를 순환해서 근무하다 한 때 모금부서(대외협력팀, 후원자개발팀 등 어떤 이름이든 간에)에 배치 받아 일하게 되고

몇 년 후면 다시 다른 부서로 가게 된다.

수년 동안 시행착오를 거쳐 모금의 원리와 방법에 대해 눈을 뜨게 될 때쯤이면 기획팀이나 인사팀으로 가게 되고

다른이가 모금부서로 이동한다.

새로 온 이는 모금업무에 대한 특성을 몸으로 부딪혀가며 배우고 몇 년 후 다른 부서로 간다.

더 큰 문제는 모금 디렉터도 마찬가지로 순환한다는 데 있다.

결국 경험과 지식이 적은 디렉터가 모금에 있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첫 번째 이유를 더 근본적으로 들어가면 두 번째 이유가 있다.

단체의 경영 철학에서 모금 업무의 고유한 특성에 대한 인식이 없기 때문이다.

모금의 특성은 관계성이다.

특히나 고액기부자들은 담당자들이 자꾸 바뀌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한 사람이 기부를 약정하는 순간 모금가로서 역할이 끝난 것 같지만 70%의 일은 약정에서부터 다시 출발한다고 보면 된다.

두 번째 모금의 특성은 전문성이다.

모금은 목표를 설정하고 거기에 합당한 방법을 세우고 실행해가는 과정이다.

최적의 방법을 설정하고 싫애해가는데 오랜 경험과 지식이 필요하다.

모금업무의 세 번째 고유한 특성은 윤리성이다.

비영리단체에서 횡령이나 방만한 기부금 사용으로 입게 되는 타격은 이미 우리가 지켜본 바 있다.

법에 저촉되는 일은 아니더라도 모금 활동에 있어 윤리적인 기준을 판단해야 하는 일은 많다.

필자는 해가 갈 수록 모금에 있어 윤리의 이슈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데

경험이 적은 사람은 윤리적 이슈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한다.

 

모금담당자들이 모금가가 아닌 세 번째 이유는 무엇일까?

결과적으로 모금가 풀이 너무 작고, 모금가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 몇 만개의 비영리단체가 있다고 한다.

여기서 일하는 모금담당자는 몇 명이며 모금가는 몇 명인지에 대한 정보도 없다.

모금가로 정체성을 찾은 이들이 나오고 있지만 수적으로 너무 적고 모델로 삼기에는 부족하다.

 

이런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모금가로서 정체성을 찾으려는 이들이 속속 늘고 있는 등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한국에서 모금가들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처음부터 모금담당자와 모금가가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아직 모금가는 국개 표준직업분류표에도 없는 직군이지 않는가?

(굳이 찾는다면 비영리단체관리자나 자선기금수금원이 가장 근접하게 등록되어 있는 직군이다. 자선기금 수금원이라니...)

 

어떤 이들이 모금업무 담당자로 남고 어떤 이들이 모금가가 되는 걸까?

모금업무 담당자였다가 모금가로 정체성을 찾는 과정을 보면 아래와 같은 공통점이 있다.

 

1. 모금 성공 경험이 누적되고, 모금의 원리에 대한 통합적인 이해가 늘어난다.

2. 모금 실패 사례를 통해 원인을 분석하고, 체계적인 모금지식을 습득하고 적용하려는 시도가 반복된다.

3. 단체의 미션에 대해 내재화된 확신이 있다.

4. 모금이 단체의 미션 완성을 위해 필수적이며 아주 중요한(필자는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일이라고 확신하게 되는 과정이 있다.

5. 스스로 기부 경험도 다양해지고 기부금액도 늘고 있다.

6. 투자와 희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이 일을 하고자 한다.

7.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역량과 열정이 있다는 것을 인정받게 된다.

 

아직까지는 대부분의 경우는 제도적인 변화보다 개인의 노력과 헌신에서 출발한다.

모금업무 담당자가 경험과 지식을 쌓아가면서 모금의 의미를 발견하게 되고

계속 전문성을 갖추어 가고 커리어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단체 내부와 외부에서 인정 받는 구조인 것이다.

 

당신은 모금업무 담당자인가 모금가인가?

지금 답하지 않아도 좋다.

이를 고민하는 때가 자의든 타의든 오게 될 것이다.

그 때가 오면 많은 이들이 모금가로 정체성을 찾기를 바란다.

멋진 말로 그 이유에 대해서,

모금가의 장점에 대해서 설득하고 싶어 며칠 동안 결론을 고민했다.

그러나 필자는 그  이유에 대한 해답을 찾는 기회를 독자에게 남기고 싶다.

 

"당신은 모금업무 담당자이고 싶은가, 모금가이고 싶은가? 왜그런가?"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posted by 서울특별시장애인복지시설협회